[창간 9th 인터뷰①] “소시 10년 비결은 깊은 우정과 상호존중”
수영은 소녀시대 멤버 중 맛집을 가장 많이 아는 멤버로 통한다. “좋은 곳, 맛있는 곳을 알게 되면 멤버들을 데리고 가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는 수영은 멤버들을 향한 사랑과 우정이 지극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수영이 말하는 소녀시대 10년의 우정
지금도 해외공연 가면 한 방에 모여 수다
멤버 대부분이 인생의 3분의 1을 함께해
2007년 8월5일 일요일 오전. 서울 등촌동 SBS 공개홀로 향하던 45인승 버스 안. 이틀 전 데뷔 싱글 ‘다시 만난 세계’를 내고 SBS ‘인기가요’로 첫 무대에 나서는 길이었다. 적막이 흐르는 버스 안에서 멤버들은 서로를 쳐다보지 못했다. 시선이 마주치면 눈물을 쏟아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시선을 피하려 창밖만 하염없이 바라보지만,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당시 버스 외관은 소녀시대 사진으로 둘러쳐진 래핑 버스. 보이지 않는 풍경을 바라보며 멤버들은 애써 눈물을 참아냈다. 그리고 오른 첫 무대. 소녀들은 울음을 참아가며 무대를 마쳤다. 대기실로 돌아오는 길에 멤버들은 하나둘 눈물을 쏟아냈다. 첫 무대를 축하하러 나온 부모도 함께 울었다. 짧게는 3년 반, 길게는 7년을 연습생으로 지내며 수없이 흘렸던 그 어떤 눈물보다 뜨거웠다. 소녀들은 숙소로 돌아와 또 울었다. 21일 서울 청담동 SM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수영은 당시를 회상하며 “아무 것도 보이지도 않는 창밖 풍경을 훌쩍거리며 보던 일이 생각난다. 발차기를 1년이나 연습하고 나섰던 무대였다”며 미소 지었다. 수영이 말한 발차기는 ‘다시 만난 세계’ 퍼포먼스의 핵심 동작이다.
● “멤버 이상의 우정과 배려·존중이 10년의 비결”
-팀을 10년이나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뭘까.
“멤버들의 높은 친밀도다. 단순히 일로서만 연결된 사이가 아니라 친구로 만나니까 오래 가는 것이다. 나이가 많다고 다른 멤버를 휘어잡거나 하는 일은 없다. 서로 어떤 걸 좋아하고, 싫어하는 걸 아니까,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양보하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았을까.”
-10년쯤 되면 자주 안 만나게 되지 않나.
“우린 아직도 할 이야기가 많다. 10년을 같이 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멤버 대부분이 인생의 1/3을 함께 했다. 난 지금껏 살아온 인생의 1/2을 지금 소속사(SM엔터테인먼트)에 몸담았다. 멤버들 말고 또래 친구가 없을 정도다. 서로 고민과 일과 가족 등 모두 다 터놓고 얘기한다. 멤버들은 그런 친구다.”
-데뷔 초엔 매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는데.
“한동안은 ‘5분 토크’ 시간이 있었다. 의무적으로 매일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그날 아쉬웠던 일, 주의해야 할 사항, 개선점 등을 서로 이야기했다. (숙소를 떠나)각자의 공간이 생기고, 가족들과 지내면서 못하게 됐지만 한동안 그렇게 했다. 지금도 해외공연을 가면 한 방에 모여서 그때처럼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연애나 작품 상담도 하나.
“‘내일 뭐 입을까’ 하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앞으로 이런 걸 더하라’는 작품 조언까지 한다. 10년을 같이 한 다른 여자 연예인의 이야기를 듣는 거니까 자극도 되고, 도전도 된다.”
-한 멤버가 뭔가 하면 다른 멤버들이 꼭 찾아가 응원하는 건 의무인가.
“멤버들에게 제일 중요한 건 아마 돈보다 시간일 거다. 얼마 전 자선공연하면서 멤버들에게 와 달라고 하기가 미안하더라. 그 소중한 시간을 써야 하니까. 그런데 티파니가 ‘말하기 미안해서 안 하겠지’ 하며 자기가 알아서 시간을 빼 와줬다. 그리고 공연도 해줬다. 나도 멤버들이 솔로 음반을 내거나 드라마를 찍거나 하면 응원을 간다. 그게 서로 가장 크고 소중한 선물이다.”
[창간 9th 인터뷰②] “소시 10주년 앨범? 최고 이벤트!…작년부터 기대”
● “10주년 앨범, 작년부터 기대해온 최고의 이벤트”
소녀시대는 2015년 8월 5집 ‘라이온 하트’ 이후 개별 활동 중이다. 특히 올해는 유리가 SBS ‘피고인’으로 지상파 방송 드라마 첫 주연을 맡았고, 서현은 5월부터 MBC 주말극 ‘도둑놈 도둑님’에서 주연한다. 윤아는 1월 개봉한 첫 한국영화 ‘공조’로 흥행의 기쁨도 누렸다. 수영은 2007년 11월부터 방송한 KBS 2TV 일일시트콤 ‘못 말리는 결혼’으로 일찌감치 연기를 시작했다.
-유리와 서현이 연기자로서 물이 오른 것 같다.
“유리는 ‘피고인’을 위해 변호사란 직업에 대해 굉장히 공부를 많이 했다. 소녀시대의 모습과 겹쳐 보이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하더라. 그런데 회를 거듭할수록 캐릭터에 동화되더라. 친구로서 잘 이겨낸 것 같아 뿌듯했다. 서현은 감정이 좋다. 항상 놀라게 한다. 이걸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잘 해내더라. 걱정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는 막냇동생이다.”
-한국 걸그룹 20년사에 소녀시대가 10년을 차지하고 있다. 자부심이 클 것 같다.
“(완전체 활동하던)2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해왔던 일들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녔는지 깨닫지 못했다. 걸그룹으로 대상을 받고, 해외투어를 하는, 많은 것들이 얼마나 어렵고 큰일인지 잘 몰랐던 것 같다. 그저 눈앞에 닥친 일을 열심히 준비하고, 무대에 서고, 그러기에 바빴다. 개별 활동하면서, 소녀시대로서 했던 일들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더라. 내 능력을 넘어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우리 8명이 함께 했기에 소녀시대라는 배를 탈 수 있었다.”
-데뷔 동기인 원더걸스 해체에 누구보다 헛헛하지 않았을까.
“원더걸스의 밴드 변신을 보면서 정말 존경스러웠다. 10년간 퍼포먼스를 해왔던 우리로서는 저렇게 변화하고 도전하라고 누군가 권했다면 과연 할 수 있었을까. 그들의 변신이 궁금해서 원더걸스 인터뷰를 모두 찾아봤다. 원더걸스는 좋은 자극이었고, 서로 좋은 원동력이었다. (해체는)팬으로서 아쉬웠지만, 동료로서 여전히 응원하고 있다. 그들의 음악을 계속 들을 수 있으니.”
-10주년 앨범이 여름에 나온다는데.
“(10주년 앨범은)하는 게 맞고, 당연하고, 작년부터 멤버들 모두가 의욕을 보여 왔다. 멤버들이 기대했던 가장 큰 행사다.”
[창간 9th 인터뷰③] “소시, 영원한 걸그룹의 대명사이길”
● “영원히 걸그룹의 대명사로 기억되길 바라”
‘다시 만난 세계’는 작년 이화여대 학내 집회에서 학생들을 결집시키는 노래로 불렸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서도 울려 퍼졌다. 아이돌 문화를 향유해온 20대들 사이에서 소녀시대는 그들 사이의 언어였던 셈이다. 노래로 일체감을 느끼는 마음의 언어.
-‘다시 만난 세계’는 소녀시대에게 어떤 의미일까.
“걸그룹 데뷔곡으로 명곡이지 않나. 하하. 아이돌이 대중성을 지닌 건 자부심이다. 여러 세대 사람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가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일 것이다.”
-트와이스가 일본 요미우리신문으로부터 ‘소녀시대를 이을 케이팝 걸그룹’으로 주목받고 있다.
“‘소녀시대를 이을’이라고 소개하는 점에서 뿌듯하다. 우리 세대에서는 누군가 루키가 나오면 ‘제2의 보아’로 불렸다. 이제는 ‘제2의 소시’가 나온다.”
-요즘 걸그룹 후배들을 보는 감회는 어떤가.
“너무 예쁘고, 잘한다. 우리 걸그룹들은 개인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항상 웃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찌 매일 행복하고 기쁘겠느냐마는, 항상 웃는 모습을 유지하는데 박수쳐주고 싶다.”
-소녀시대만의 강점은 무얼까.
“서로 좋은 점을 닮아가려 한다. 어느 한 명이 열심히 일하면 다른 멤버도 그렇게 한다. 누가 선행을 해도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인사를 잘 하는 것도 강점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한 번에 잘되지 않았기에 ‘헝그리 정신’을 잊지 않고 있다. 인기의 소중함도 알고 있다.”
-소녀시대가 어떻게 기억되면 좋을까.
“걸그룹의 영원한 ‘대명사’이길 바란다.”
소녀시대 10년사 중에 위기를 꼽으라면 제시카의 탈퇴일 것이다. 그 일이 소녀시대가 더 단단해진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수영은 선문답처럼 한 인기 드라마의 유명한 대사 한 구절을 읊었다.
“함께 했던 모든 날들이 좋았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또 날이 적당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