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강풀(34)이 포털사이트 '다음 만화 속 세상'을 통해 영화 '순정만화'에 얽힌 에피소드를 만화로 그렸다. "재미있는 인연이 있어서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면서 그룹 '소녀시대' 수영(18)과의 인연을 털어놓았다.

강풀은 "3년 전 쯤인가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나는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만화가이기 때문에 메일을 제법 많이 받는 편에 속한다. 많은 때는 하루 100여 통의 메일을 받기도 하기 때문에 항상 그날 온 메일들을 읽어보며 하루를 정리하고는 했다"고 말문 열었다.

이어 "그날도 독자들께서 보내주신 메일들을 읽어보고 있었는데, 한 통의 메일이 유달리 눈에 띄었다"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당시 받은 e-메일을 캡처한 화면까지 고스란히 공개했다.

"'안녕하세요..강풀씨..라고 해야되나요? 음..강도영씨..강풀오빠....뭐지..'라는 제목에 보낸이 '우헤헤★', 소속기관은 '청담중학교'로 적힌 e-메일이다. 보낸 날짜는 '2005년 12월24일 토요일'이다. "스팸메일이라고 지나칠 지 모르나 그래도 한 번 써보렵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네요. 정말 너무나도 우울한 일이 있는데 순정만화를 보면서 오랜만에 기분 좋게 웃었습니다. 저는 17살이에요. 제 이름도 수영이에요. 이름이 같아서 순정만화에 더 관심이 가서 끝까지 단숨에 읽었는 지도 몰라요. 읽으면서 참 동감했다고 해야되나요?"

강풀은 "어린 학생답지 않게 차분하게 늘어놓은 글들하며 담담하게 자신의 기분을 토로한 글들이 왠지 가슴에 와 닿았다"고 떠올렸다. "언젠가는 꼭 가수나 연기자가 되고 싶다며 소박하지만 분명한 문체로 메일을 마무리 지었다"는 기억이다.

강풀은 "어린 여학생의 치기겠거니, 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나 당당해 보여서 즉시 답메일을 썼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 그 여학생은 강풀에게 답장했다.

"그리고, 2년의 시간이 흘렀다…."

강풀은 그 여학생에게서 받은 e-메일을 하나 더 공개했다. "2년전 이맘때쯤 메일을 보냈던 수영이라는 학생이에요. 2년이 지난 지금 저는 그룹 소녀시대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습니다"라는 충격적 사실이다.

강풀은 콧쿨을 질질 흘리며 놀라는 자신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다. "부리나케 인터넷 검색으로 '소녀시대 최수영'을 찾아 봤다."

놀라운 사실은 또 있었다. "류장하 감독님이 연출을 맡은 순정만화의 '수영'의 친구, '다정' 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아직 언론에 소녀시대 수영이 영화에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강풀님께만 사알짝 알려드리는 겁니다"라는 것이다.

강풀은 "'최수영'이 비록 '한수영'(순정만화 주인공)은 되지 못했지만, 몇년 전 메일에서 가수나 연기자가 되겠다며 수줍게 밝혔던 꿈을 이룬 것이었다"면서 흐뭇해 했다. "야, 이 어린 학생이 꾸준히 노력하더니 자기 꿈을 이뤄가는구나."

강풀은 자신의 첫 만화이자 수영의 영화 데뷔작인 '순정만화'에 이렇게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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