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걸그룹들의 유례없는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올 초 소녀시대의 'Gee'가 가요계를 강타한 이래 소녀시대를 비롯해 2NE1, 포미닛, 티아라, 애프터스쿨 등 신인과 브라운 아이드 걸스 쥬얼리 등 기성 걸그룹들의 가세로 '걸그룹 파워'는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걸그룹들 역시 획일화된 모습보다는 각자의 개성을 중요시하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무엇보다 걸그룹 멤버들의 역할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모나 키 등 외모는 더 이상 걸그룹의 선발 기준이 아니고 리더 역시 나이 순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간 다른 멤버들에 비해 존재감이 적었던 팀의 막내들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소녀시대의 서현, 2NE1의 공민지,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가인 등은 ‘막내는 주목받기 힘들다’는 옛말이 무색할 만큼 높은 인기를 구가 중이다.


▶아이돌 그룹 지금은 막내 전성시대


어느 조직이든 막내는 주눅이 들게 마련이다. 귀여움을 독차지할 때도 있지만 무한 경쟁 사회에서 마냥 귀여움만을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아이돌 그룹의 막내도 마찬가지다. 막내는 언제나 ‘막내’란 꼬리표를 달고 산다. 어디를 가도 항상 "막내 000입니다"라고 인사를 해야 한다. 그것도 처음에 인사를 하는 법은 없다. 앞으로 나서는 법도 드물고 형, 언니들이 모두 얘기를 끝낸 후에나 발언 건이 주어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런 장유유서의 문화는 노래로까지 이어졌다. 예전 H.O.T나 젝스키스 시절만 해도 막내들은 그저 후렴구 몇 소절 정도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점점 연령층이 어려지면서 보통 막내들의 나이는 중학생, 많아야 고교 1, 2년 생이다. 누구보다 톡톡 튀기를 좋아하고 개성을 앞세우는 시대, 막내들의 역할론이 변한 것이다.

특히 걸그룹의 경우 막내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팀의 마스코트로 활약하기도 한다.

원더걸스의 경우도 데뷔 초기 막내 소희(92년생)가 ‘만두 소희’란 별명을 얻으며 급부상했다. 이후에도 연기자로 변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막내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는 걸그룹 막내들은 누구?

최근 활동을 시작한 6인조 티아라는 막내 지연(93년생)이 데뷔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케이스. 지연은 씨야, 다비치와 여성시대를 구성해 활동하는가 하면, MBC 드라마 '혼'에도 캐스팅돼 연기자로 활동을 병행하며 '막내 전성시대'에 앞장서고 있다.

멤버가 9명이나 되는 소녀시대 멤버 중 막내가 주목받기가 쉽지 않은 터. 하지만 다른 멤버들에 비해 두 살이 어린 막내 서현(본명 서주현, 91년생)은 언니들 못지않은 실력과 외모로 주목받고 있다. 서현도 처음엔 언니들의 활약에 빛을 발하는 듯 했으나 최근 그룹의 중심으로 활약 중이다. '키싱유'에선 노래의 리드 부분이나 클라이맥스 부분을 맡는가 하면 얼마 전에는 트로트계 대선배 주현미와 함께 '짜라자짜'를 부르기도 했다. '소원을 말해봐'로 활동 중인 요즘 멤버들 중심에 서 있는 서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데뷔 전부터 최고의 관심을 모은 2NE1 역시 막내 공민지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94년생 올해 15세인 공민지는 맏언니 다라나 봄과 무려 10살이나 차이가 난다. 하지만 결코 10년 세월의 차이를 느낄 수 없을 만큼 활약이 눈부시다. 얼마 전엔 활동을 위해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한다고 해 화제가 됐다. 멤버들은 "오히려 막내지만 언니들을 챙겨준다"며 공민지를 칭찬하기 바쁘다.

앞선 그룹에 비해 나이대가 조금 높은 편이지만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막내 가인(본명 손가인, 87년생)을 빼놓을 수 없다. 가인은 데뷔 때부터 개성 넘치는 외모로 화제를 불러모은 바 있다. 최근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가 각종 음원 차트 1위를 휩쓸면서 더욱 높은 관심을 끌고 있는 가인은 조만간 영화배우로 활동 영역을 넓힌다. 가인은 이미 김명민 하지원 주연의 영화 '내 사랑 내 곁에'(감독 박진표)의 촬영을 마친 상태. 올가을 개봉 예정인 이 영화에서 가인은 운동선수지만 불의의 사고를 당한 여학생으로 열연했다.


'핫이슈'란 곡으로 활동 중인 걸그룹 포미닛의 막내 소현(권소현)은 최근 활동에 나선 걸그룹의 멤버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 94년 8월 30일생으로 만 14세. 하지만 어리다고 무시하면 안 된다. 소현은 멤버 중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이미 2005년 '오렌지'란 그룹으로 앨범 활동을 한 경험이 있다. 연예 경력으론 최고참인 셈. 그런 만큼 무대에서도 언니들에게 뒤지지 않은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매너로 점차 인기를 높이고 있다.

걸그룹이 속한 한 기획사의 관계자는 "요즘은 여자 아이돌 멤버들의 나이가 점차 어려지는 추세라 굳이 누가 맏이고, 누가 막내라는 개념이 거의 없어졌다. 각자 맡은 파트와 개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리더나 막내의 역할이 뚜렷해진 듯하다"고 설명했다.


홍동희 기자/mystar@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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