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율닷컴 스캔본
Jekwon 스캔본
Ceci 실제로 만나보니 목소리가 중 저음이라 놀랐어요.
윤아 그쵸? 화보 촬영이든 노래하든 무대든 사랑스럽고 귀여운 파트를 맡을 때가 많아 무척 여성스럽게 봐주시는데, 사실 콘셉트도 중성적인 느낌을 더 좋아해요. 그러다 보니 이미지와 실제 모습 사이엔 차이가 있죠. '총리와 나'에서 맡은 역할 '남다정'이 기자일때 털털한 성격이 원래 내 성격과 가까워요. 나는 정말 편하게 연기했는데, 신선하게 느꼈다는 시청자가 많아서, 그 에피소드가 좀 더 길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들었어요.
Ceci 주인공으로 극을 이끄는 부담에 이제 좀 익숙해졌나요?
윤아 아직 누군가를 이끌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에요. 권상우 오빠, 장근석 오빠, 이범수 선배까지 모두 친절하고 자상한 상대역을 만나 촬영 중이거나 아닐 때도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선배들의 경력에 기대고 배우면서 하나둘씩 쌓아가고 있어요. 이번 작품 감독님의 '주인공을 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은 작지만 확실한 차이가 있다'는 말에 공감했어요. 주인공은 극의 전체 흐름을 보는 능력이 조금씩 생긴다고요. 집중력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매번 느껴요. 내가 표현한 미묘한 감정 차이까지 그대로 시청자에게 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웃음) 많은 공부와 훈련이 필요하겠죠.
Ceci 사실 '총리와 나'속 남다정의 사랑은 좀 답답했어요. 공감했나요?
윤아 남다정은 사랑앞에 배려하고 희생하는, 어른스러운 캐릭터였어요. 하지만 난 아직 애같은 구석이 더 많아요.
Ceci 어른스러운게 좋은 걸까요?
윤아 모르겠어요. 어른스럽다는 건 좀 더 많은 걸 알게 되는 거잖아요. 지금은 스무 살보단 스물대여섯이 좋아요. 물론 아직 어리기 때문에 하는 생각일 수도 있죠. 하지만 확실한 건, 그 나이 때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제일 예쁘고 좋은거란 거예요. 나만 해도 순수한 모습이 한창 어울릴 때 그런 이미지를 많이 보여줄 수 있었기에 지금 좀 더 변화를 줄 수 있는 거잖아요. 요즘은 화보를 찍을 때도 매니시한 스타일이 좋아요. 한창 러블리한 이미지만 보여줘서 반대로 매니시한 이미지에 끌리는 건지, 아니면 원래 매니시한 걸 좋아하는 건지는 확실히 않지만요.
Ceci 드라마 촬영을 끝낸 다음 날 소녀시대 신곡 뮤직비디오 촬영을 했다고요.
윤아 드라마의 여운을 느낄 새도 없었어요. 소녀시대로 돌아오면 뭔가 숨기고 있던 진짜 모습을 꺼내는 듯한 느낌이에요. 멤버들도 내가 '윤아스러움'을 막 드러내고 다니면 '윤아가 오긴 왔구나' 해요. 언니들 앞에선 더 애교 부리듯 장난치게 돼요. 그걸 받아줄 때 '돌아왔구나'하는 느낌이 들죠.
Ceci 인터뷰 질문지에 드라마 끝나고 개인 시간을 어떻게 즐기냐고 적었는데, 정말 바보같은 질문이었군요.
윤아 웃을 수 밖에 없었어요. 컴백 전에 쉬는 날은 하루 정도 있을 것 같아요. 너무 피곤하고 스트레스 쌓이면 나도 사람인지라 얼굴이나 행동에 드러날 때도 있어요. 그게 원래 모습이나 능력으로 평가될 때는 참 속상하고요. 하지만 이렇게 투정 부려도 스케줄이 없는 것보단 많은 게 좋으니까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해야죠.
Ceci 이번의 소녀시대는 또 어떤 변신을 하나요?
윤아 멤버 한 명 한 명이 모두 성장하고 성숙해진 느낌? (Ceci 깜짝 놀랄 준비가 필요할까요?) 'I Got a Boy' 만큼은 아니겠죠. 개인적으론 '소원을 말해봐'나 '훗'에서 느꼈던 소녀시대의 매력을 다시 보여줄 수 있기를 바라요.
Ceci 8년차 걸그룹이 굳건히 존재한다는 건 한국 가요계에도 큰 의미예요. 본인들도 가끔 회상에 잠기죠?
윤아 그럼요. 요즘 엑소를 보며 옛날 생각을 많이 해요. 엑소랑 있으면 '쟤네는 건들면 안돼, 큰일나' 하는 농담이 자연스레 나오는데, 이게 한때 우리가 정말 많이 들었던 말이에요. 여러 상을 휩쓸고, 앨범 판매량도 대단한 걸 보면서 '우리도 저랬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나고 나서야 우리가 받았던 사랑의 크기를 깨닫네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지냈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서로 대견하다고 느끼면서.
Ceci 좀전에 이야기한 '윤아스러움'에 대해 정의해 볼까요?
윤아 요즘은 감정 표현에 너무 충실해서 큰일이에요.(웃음) 기분 좋을 때는 엄청 발랄하고, 안 좋을 때는 아주 차분해요. 날씨나 노래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하고요. (Ceci 저녁 메뉴를 물으니 진심으로 난감해하던데.) 메뉴 결정에선 정말 '엄청' 우유부단해요. '아무거나'라고 말해놓고 상대방이 '그럼 피자 먹을까요?'하면 '피자는 좀 별론데… 딴 건 없어요?' 하는 식이죠. 먹지 말라고 성질 내는 사람도 있지만, 어려운 걸 어떡해요! 한때는 먹고 싶은 걸 메모해둔 적도 있다니까요.
Ceci 가장 싫어하는 건 뭐죠?
윤아 '엇갈림'요!(웃음) 컵에 물이 조금 남았길래 '물 마실 사람?'하고 물었는데, 아무도 대꾸가 없어 내가 마셨더니 누군가 '나 한 입만!'하는 거. 약속 시간에 맞추려고 하던 일을 정리했는데 약속이 취소되거나 시간이 미뤄지면 화나요. (Ceci 다혈질이란 소리 종종 듣죠?) 음… 그것보단 감정에 충실한 거라고 할래요.(웃음)
Ceci SNS를 하지 않아 팬들이 서운할 것 같아요.
윤아 이번 드라마를 찍으며 해야 하나 정말 고민했어요. 한국 팬뿐 아니라 아시아 각지의 팬들이 드라마 현장에서 많은 서포트를 해줘서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아직 확신이 안서요. 혹시 실수할까 봐. 당분간 공식 홈페이지나 멤버들의 SNS에 출연하는 정도로 만족하려 해요. 팬들이 이해해줬으면 좋겠어요.
Ceci 20대의 딱 중간, 스물다섯이 됐어요. 잘 살고 있나요?
윤아 '반오십'이에요.(웃음) 크게 후회되는 건 없으니 잘 살아온 것 같아요. 지금껏 가진 것에 비해 운 좋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이제는 온전히 나로서 평가 받을 때가 왔어요. 소녀시대 안에서 60정도의 빛만 가지고 있어도 멤버들과 어우러지며 100처럼 보일 수 있었는데, 이제는 여지없이 60으로 보이는 때가 된 거죠. 더 많이 성장하고 쌓아가야 해요. 아주 현실적으로 나를 바라보는 시기에요.
Ceci 스스로를 보는 눈이 한층 냉정해져 그런 것 아닐까요?
윤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예전엔 '괜찮아'하고 느끼던 것들이 지금은 '모자라'하고 느껴지니까. 나에 대한 관대함이 깨진건 드라마 '사랑비'를 끝내고 나서예요. 내가 자만했음을 실감하며 첫 슬럼프가 왔어요. 느낀 게 많은 시기라 한바탕 아팠던 만큼, 한 계단 올라간 느낌도 들었어요. 노력하고 고민해야 할 것이 훨씬 많아진 거죠. 계획은 짜는데 실천이 잘 안되는 성격이라 항상 걱정이에요. (Ceci 자신에게 주는 점수가 너무 짠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요! 그래서 SNS를 안 하는 거예요. 이렇게 너무 솔직하게 드러낼까 봐.(웃음)
Ceci 윤아의 터닝 포인트는 언제예요?
윤아 'Gee' 활동을 하던 스무 살요. 그 직전에 '너는 내 운명'에 출연했는데, 최고 전성기였죠.(웃음) 두 번째 터닝 포인트는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 '총리와 나'로 할래요. '청마의 해'에 말띠인 내게 좋은 기운이 함께하길 바라고 있어요.
Ceci 2014년 봄,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뭐예요?
윤아 음… 운동만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좋겠어요.(웃음) 아! 영화도 많이 보고 싶어요. 지난 설날에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겨울왕국>을 봤어요. 대부분의 친구가 봤다길래 아직 안 본 친구 한명을 찾아내 심야 영화로 부랴부랴 보고왔죠. 역시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니 너무나 좋더라고요. 보고 싶은 영화도 아주 많아요. 일단 다음 작품은 <어바웃 타임>이에요. 워낙 로맨틱한 영화를 좋아하거든요.